밤은 스마트폰을 찬미하는 시간

돌아가고 있는 것은 찰리 파커

 

밤은 스마트폰을 찬미하는 시간이다. 어떤 러시아 작가의 어법-내 맘대로 바꿔버린 어법이긴 하다.-을 빌리자면, 그렇다. 

최근부터 우리집에서 시행한 관습법-앞으로 관습이 되라는 의미에서-이 있는데 바로 스마트폰은 반드시 방 밖에서만 써야한다는 것. 즉 방 안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고 잠들 무렵에는 당연히 스마트해질 수 없다는 강제다. 

 

새해부터 나는 비교적 오래된 차-이것이 디젤이라 참 어찌해야할 지 모르겠다.-를 타고 출퇴근을 시작했다. 오래되었다곤 하지만 오래되어서 마음에 드는데다 무엇보다, 이 차에는 아날로그 즉 테이프플레이어가 내장되어 있다. 광을 뒤져 찾아낸 '퀸텟'이라든가 '스티비레이본', 또 '비틀즈앤솔로지', '건스앤로우지스' 테이프 중에서 1월 2일 출근에서는 퀸텟을 들었다. 디지 길레스피도 좋았지만 역시 찰리 파커는 말 그대로 후덜덜, 눈앞에 펼쳐진 5차선 도로에 레드벨벳을 깔아버리는 기염을 토한다.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역시 '찰리 파커'인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이 무슨 당연한-CD나 MP3로 듣는 찰리 파커는 찰리 파커가 아니다. 

사실, 찰리 파커의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너무도 편리하게 활용하고 있고, 또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블루투스를 연결해 고음질 사운드를 들어대고 있으니까 말이다. 낮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밤은 역시 스마트폰을 찬미하는 시간이다. 찬미만 하라는 말이다, 사용은 하지 말고. 아이폰 11이여 영원하라! 그렇게 몇 마디면 사용한 것보다 만족도가 높을지도 모른다. 

 

'거실에 거치한'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명상을 할 수 있다. 혹은 주변에 누운 사람과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다. 잠들지 않는 밤, 잠이 다가오지 않는 밤이 몇 번은 생길 수 있겠지만 한번 잠들면 깊은 수면에 들어간다. 아침에 일어날 때에도 개운하다.-이 모든 결과를 고3인 내 아들이 털어놓았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거실의 스마트폰'이다. 

이 자리를 빌어, 본 관습법을 제정해주신 그녀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리고 거실에 계실 스마트폰에게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