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왜 슈베르트를 좋아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그 사람(내게 의미있는 사람)도  좋아하겠지, 

작곡자는 슬프게 죽었어, 

어느 날 몸이 떨리게 인상 깊이 들려왔어,

그런 이유들이었을까.

곰곰 돌이켜보면 슈베르트라는

그 이름부터 좋았을 것 같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도 이름이 예쁘다.

지메르만이 최근 슈베르트의 D.960과 D.959를 음반으로 내놓았다.

보통은 지메르만 하면, '완벽'을 떠올린다.

그의 연주는, 기교가 기교처럼 들리지 않고

아름다운 음향을 거쳐 완전한 음악으로 들려온다.

한때 쇼팽의 피아노곡들이 그랬다.

어린 지메르만의 손에서 눈부시게 다시 태어났다.


그러고보면 들어보지 않아도 그의 신보를 알 것만 같다.

      약간의 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일 거야.

어찌 되었던 나는 종종 그의 연주를 즐길 거고,

그의 레코드는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틈이 생겨날 지도 모르고...


사드 카하트: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뿌리와이파리, 2008년 


또 다른 멋진 뮤지션인 레너드 코헨은,

      세상 만물에는 금이 가 있고,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고 했다.

그래,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은 '틈'에 관한 이야기다.

틈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 이 책은 읽지 않아도 좋다.


모든 사람들이 틈을 공감하지 않을 거다.

그래서 틈인 것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틈을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썸네일의 생동감은 틈에서 온다.

그 틈은 밤새도록 일하느라 정신이 흐릿해져 놓쳐버린 것일 수도 있지만

또 그 놓쳐버린 것을 윗사람이 수정하지 않고 내버려둔 것일 수도 있지만

틈은 왠지 미래에서 오는 선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구성과 콘티와 시안이 완벽했을 때 클라이언트는 가끔 외면한다.

그들의 억양을 흉내내 보자면,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


카피 한 줄 외에는 모든 것이 틈이어도 좋겠다.

그림 한 장 외에는 모든 것이 틈이어도 좋겠다.

틈을 시도하는 것은 크리에이티브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