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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1.02 악마의 시간

악마의 시간

문학동네 발간 :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

조금 읽고 있는 중입니다. 다 읽지 않았습니다만 다 읽어도 감상평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굉장히 수다스럽고 지적편력을 뽐냅니다만 제게는 뭔가 활로를 열어주었습니다. '생각의 활로'라고 할까요? 

제 아내의 바람대로 좋은 말만 하자면, 형식적으로 굉장히 정교합니다. 그리고 목소리, 즉 문체는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뉴스타일입니다. 그렇지만 1962년에 책이 처음 나왔네요. 저작권은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아내인 베라와 그들의 아들로 추정되는 드미트리가 가지고 있습니다. 나보코프는 죽었다는 얘기죠. 지금이야 저작권이 있는지 모르지만 제게 인상 깊은 부분은, 아내와 자식에게 권리를 주고 떠났다는 겁니다. 줄 수 있다는 건 축복이죠. 

롤리타의 작가로 유명한 나보코프의 상상력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봅니다. 나보코프의 상상력은, 위에서 아래로 향합니다. 거침이 없다는 거죠. 그리고 현실세계와 상상의 세계를 적절하게 뒤섞어버립니다. 또 상상력은 그의 박식함으로 링크됩니다. 

이 추리소설의 결론이 별로 궁금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읽을 작정입니다. 역시 뭔가 '활로'를 뚤어주니까요. 죽기 전에 한번쯤 읽어볼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그리고 인상 깊은 구절 하나 건졌습니다. 화두 같은 건데요. "고독은 악마의 시간"이라는 이야기 같은 구절입니다. 악마의 시간이란 대체 뭘까요? 설마 함정에 들게 하는 시간, 같은 의미로 쓴 것일까요? 함정에 들지 않고 견디고 버티면 되지 않나요? 그런 시간이 더 재미있지 않나요? 어쨌든 매력적인 시간인 것 같습니다. 고독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