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주에 '릉'이 있다. 

많다. 

독특한 것은 집 앞의 마당에도 

무덤이 있다는 거다. 


신민아의 대사 : 

경주에서는 릉을 보지않고 살기 힘들어요. 


장률: 경주

2014년 


장률 감독의 '경주'에서는 여러 명이 죽는다. 

첫 장면에 등장했던 모녀부터 죽는다. 

현재가 오히려 고대를 대유한다.


'경주'를 끝까지 보진 않았다. 

신민아가 커튼을 젖히는 대목 정도까지 봤다. 

영화 속이나 영화 밖이나 동일하다. 


나의 대사 : 

      삶에서는 죽음을 두지않고 견디기 힘들어요.


'경주'는 현실적이고 좋은 영화이다.


*

흔하디 흔한 이탈리아 이무지치(I Musici)의 사계를 참 좋아한다. 

많고많은 사계지만 나는 펠릭스 아요(F. Ayo)의 연주가 좋다. 

아요는 없었지만 언젠가 이무지치가 한국에 와서 사계를 연주했다. 

역시 느리지만 세부가 아름다운 연주였다. 

라디오가 중계하는 그 콘서트를 테이프에 녹음해서 몇번이고 들었다. 

막스 리히터(M. Richter)가 편곡한 버전(Version)도 아름다웠다. 

오늘 그 버전의 사계를 라디오에서 해설하는 중에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의 죽음이 알려졌다. 

소박하지만 매끄럽고 충실도 높은 그의 연주는 

아요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오후 방송에 권혁주의 연주가 전파를 탔다. 

나는 오전 내내 유튜브로 권혁주의 베토벤 협주곡을 듣고 보았다. 


*

네 개의 계절은 끊이지 않고 회귀한다. 

삶과 죽음도 회귀한다. 

삶은 한 계절일 수도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2016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