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괜찮다

제주, 2009년



괜찮다 괜찮다



바로크 음악그러니까 비발디(Vivaldi)라든가 

바흐의 협주곡은 가리지 않고 자주 듣지만 

모차르트의 것들은 대가의 연주가 아니면  듣지 않는다.

- 최근에는 SWR 레코딩 테잎으로 복각해 만든 요한나 마르치의 LP 좋았다.

오늘은 언제인가 사두었던 롤라 보베스코의 LP.

B면에 있는 모차르트 협주곡 5번을 들었다.

뒷면에 한자가 많은데 제조국은 덕국,이라 되어있다. 

- 덕국은 물론 독일이다.


Mozart: Violin Concerto #5

Lola Bobesco 


*

나는 가끔 바로크 음악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긴 시간 꽃을 피운 바로크 음악은 아마도 바흐 가문에 이르러

거대한 과실을 맛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그건 그렇고, 나는 지금 

고전시대 음악인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들으면서 위로 받고 있다.

위로 받을 만한 힘든 일을 겪지도 않았는데 위로 받음을 느낀다.

美가 가진 기본적인 속성일까?

      당신 한 주 동안 한 일 말이야, 다 지난 일이야, 괜찮다구!

모차르트가 이런 말을 하는 건가? 그래서 말인데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은 거다.


*

언젠가 '괜찮다'라고 썼다.

(오래 세탁기 캠페인이었다.)

이건 위로의 괜찮다,였다.

그러고 나서 어떤 겨울 신문에 실린 

인용된 시의  구절에서 괜찮다,라는 것을  보았다.

거기엔 '괜찮다 괜찮다'라고 했다.

괜찮다 괜찮다

라고   연달아 소리내어 읊어보았.

오늘 낮에 라디오 카피를 쓰면서

      나는 괜찮다

라고 썼다아버지의 목소리다.

(돌이켜보면 은연  나도 아이들에게 쓰고 있다.)

그리고 괜찮다 괜찮다 라고 썼다.

어머니의 딸이 어머니를 이미지화한 것이다

당신은  괜찮다고 하니까.


'위로의 괜찮다'와 '부모의 괜찮다'가

모두 괜찮다.


*

롤라 보베스코, 루마니아 태생인데 벨기에에서 활동했다. 

그뤼미오보다 두꺼운 톤에 동향 출신인 하스킬의 비애를 지녔다

그 톤은 또, 젊어서 죽어버린 디누 리파티 타건을 닮았다. 

이야기가  새지만하스킬은  젊은 날의 위로였다.

정확하게는 실연에 대한 위로였다.

어떤 실연 끝에 나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하스킬의 모차르트를 내내 들었다.

음식을 먹지 않고 드러누워 오직 하스킬을 들었다.

모차르트를 들었다.

거의 열흘 정도를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괜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