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ufen, 2017년
바람의 색깔
슬프지… 뭔가 바뀌게 되면 말야.
자고 일어났더니 바람의 색깔이 달라졌어.
그러면 추억 비슷한 걸 떠올리게 되는 거다.
추억,이라고 하면 왠지 과장 된 무엇 같긴 하지만.
아주 오래 전…
담배연기 자욱한 패키지 투어,라고 수첩에 썼었다. 아무말,이었지뭐.
그건 혹시 젊은날의 여행을 말하는 건지도 몰랐다.
이래야만 한다는 패키지.
낭만이 있어야만 한다는 패키지.
누군가를 만날 거라는 패키지.
그런 것들.
몇 주 전에 담배를 끊었고 그다지 피우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게 되었다.
현실의 패키지투어는 아이들을 움직이는 데에 용이했다.
타이페이의, 무려 한여름이었다구.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보다 시간 맞춰 움직여 주었다.
타이페이는 마음에 쏙 들었다.
돌진하는 낭만 같았다.
도시의 공기는 만질 수 없는 감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걸 만진다면 등려군의 목소리를 만지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긴 시간 머물면 추억까지도 생길 법한 곳이었다.
*
사라져도 잊히진 않아,라는 소설 속 구절이 떠오른다.
사라져도 잊히진 않아.
다시 써 봐도, 비문 같아도, 바보 같아도 멋진 문장이야.
오늘 바람의 색깔이 바뀌면서 타이페이 여행은 사라졌다.
그리고 추억이 되었다.
빼빼 마른 가이드의 말투(전달력은 있지만 억양이 구성진 그런)와
아내의 예의 그 정신 없는 웃음(내게서 멀어지면 마냥 좋아하는 그녀)과
시시때때로 제사를 지내는 타이페이의 현대인들(내게는 우아하게 보인 그들)과
나와는 확연히 다른 해주의 감수성(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과
깊이를 알 수 없던 우주의 관점이
지난 색깔의 바람 속으로 들어갔다.
말하자면
담배연기와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추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2017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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