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게 가자, 그들이 잠들 수 있도록

2013년



고요하게 가자, 그들이 잠들 수 있도록



우리 현대사의 비극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었던 죽음들은

역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그 누구도 친일부왜역적들의 득세가 

끝이 날 거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역사의 무게다.


윤이상, Cello Concerto

Sigfried Palm, 1976년


산꼭대기에 첼로 한 대가 놓여있다.

그리고 저쪽 다른 산 꼭대기에 

바이올린,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무리가 있다.

그들은 둘로 나뉘어진 길을 한참을 달리다

어느 순간 만난다.

-그 질주는 청각적으로 아주 아름답다.


첼로는 관현악과 제법 긴 대화를 나누어왔다.

대화의 한올 한올이 힘겹다.

윤이상이든 고통을 받은 그 누구든 힘겹다.

마침표를 피흘리듯 뚝뚝 찍어가며

그 둘은 문장으로 대화를 나눈다.


윤이상의 첼로가 첼로로 들리는지 모르겠다.

거문고 같기도 하고, 환멸의 맥박 같기도 하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라는 진실 혹은 카피가 있다.

한때 주변의 사람들에게

역사에 대한 공부를 강권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강권한다.

그것은 카피라이터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기를 바라는 의미다.

진실을 위해서

내 아들딸의 삶과 내 부모의 명예를 위해서

그리고 나와 우리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역사는 바뀐다 - LG유플러스


혹 여성참정권의 역사를 아는가?

미국과 스웨덴의 경우,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몇몇 지방선거에서 여성참정권이 인정되었다.

미국에서 흑인이 대통령이 되고

문화사대주의의 오명을 쓰고 있던 나라가 문화를 수출한다.

역사는 이렇듯 변화한다.

빠른 시간 안에 침몰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올라 넘실대기를 기대한다.


첼로의 외침이 시작되자마자 그것을 외면해보라,

외면해보라, 외면해보라, 외면해보라

누구든 그리할 수 없다.

(2015년 가을날)